조국 교수, ‘아름다운 판결’ 박철 부장판사 소개에 누리꾼 감동

“멋진 판결, 행복한 판사”, “표현하기 힘든 감동”,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등 반응 폭발 기사입력:2014-02-23 18:45:04
[로이슈=신종철 기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3일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아름다운 판결문’을 작성했던 박철(사법시험 24회) 변호사의 판결을 소개하자, 누리꾼들은 “멋진 판결, 행복한 판사”, “표현하기 힘든 감동”,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판사”, 심지어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는 등의 벅찬 댓글이 쏟아졌다.

▲조국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

▲조국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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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는 페이스북에 “막노동을 생계를 꾸리던 70대 노인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처의 병수발 때문에 대한주택공사를 찾아갈 수 없어 결혼해서 분가한 딸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처가 사망한 후 노인은 홀로 임대주택에서 살았는데 대한주택공사는 집을 비워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딸 이름으로 계약이 되어 있었기에 법대로라면 노인은 집을 나가야 했다. 그래서 제1심 판결에서는 주택공사가 이겼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더하면 이런 사건이다. 노인 A(75)씨는 1999년 충남 연기군에 있는 임대 아파트에 5년 계약으로 들어갔다. A씨의 처는 뇌성마비로 신체가 마비돼 대소변을 가리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시한부 인생인 아내 곁을 잠시도 비울 수 없었던 A씨는 아파트를 계약할 때 결혼해 분가한 딸이 대신하도록 했다.

그런데 딸은 까다로운 서류 요구와 법절차를 잘 몰라 아버지 이름이 아닌 본인 이름으로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말았다. 대리인이 아닌 본인이 임대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절차가 간단했기 때문이다.

임대계약이 끝나자 대한주택공사는 이 임대아파트를 분양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주택공사는 A씨가 계약서상 임차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거를 요구했다. 형편이 어려웠던 A씨는 그동안 살아오며 아내도 떠나보낸 정든 임대아파트에서 죽을 때까지 살기를 원했다.

A씨의 사정은 딱하지만 주택공사는 A씨에게 명도 및 퇴거소송을 낼 수밖에 없었다. 주택공사 입장에서는 실제 계약자인 A씨의 딸은 무주택자가 아니어서 분양해 줄 수 없고, 또 무주택자인 A씨는 실제 계약자가 아니어서 누구에게도 분양해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택공사 입장에서는 규정과 법대로 한 것이다. 안타까운 사연에 법원에서도 임대를 계속하는 방안으로 조정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주택공사는 1심에서 이겼다.

▲박철변호사(사진=법무법인바른)

▲박철변호사(사진=법무법인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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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항소심인 대전고법 제3민사부(재판장 박철 부장판사)는 2006년 11월 대한주택공사가 임대아파트에 살던 A씨를 상대로 낸 건물명도소송(2006나1846)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노인 A씨의 편에 서 줬다.

재판부는 “A씨가 법적 권리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딸의 명로 임대했기 때문에 법률상 임대주택을 분양받을 권리는 없지만 임대주택법상 우선분양 권리는 실수요자를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법해석학의 관점에서 A씨는 무주택자이고 실수요자였음에도 특별한 사정 때문에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임대주택법의 공익적 목적과 계획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며 “법률 문언의 올바른 의미를 밝히기 위해서는 법률용어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의 정책목표와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국 교수도 “그런데 제2심 판결은 노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사건은 이후 대법원을 거쳐 조정으로 종결되었는데, 제2심 판결문 일부를 소개한다. 법조문의 문리해석에만 급급한 법률기술자를 넘어선 법률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조 교수가 소개한 판결 전문. 박철 부장판사는 판결문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가을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일고, 집집마다 감나무엔 빨간 감이 익어 간다. 가을걷이에 나선 농부의 입가엔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바라보는 아낙의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홀로 사는 칠십 노인을 집에서 쫓아내 달라고 요구하는 원고(대한주택공사)의 소장에서는 찬바람이 일고, 엄동설한에 길가에 나앉을 노인을 상상하는 이들의 눈가엔 물기가 맺힌다. 우리 모두는 차가운 머리만을 가진 사회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진 사회에서 살기 원하기 때문에 법의 해석과 집행도 차가운 머리만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갖고 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이 사건에서 따뜻한 가슴만이 피고들의 편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그들의 편에 함께 서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조국 교수는 “중키의 단아한 외양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영남 억양이 깔린 차분하고 찬찬한 말투를 구사하는 박철 판사님(2010년 퇴임)의 판결문, 시적이죠? ^^”라고 소개하며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책명을 빌자면, ‘시적 정의’(Poetic Jusitce)!”라고 찬사를 보냈다.

조 교수는 “이 사건 외에도 박 판사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하면서 어려운 성장과정을 가진 피의자의 용서를 구하는 호소를 듣고 구속을 기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다른 사건도 소개했다.

“피의자는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사회로부터도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런 그는 우리 사회에 대해 한번쯤 용서와 온정을 구할 자격이 있다. 이 청년은 주거가 ‘불안정’하긴 하지만 장기간 한집에 셋방을 얻어 살았으니 주거부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그에게 이를 구속의 사유로 삼는다면 이는 그의 가난함을 죄라고 말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의 도망을 구속의 사유로 삼기에는 사회가 그의 어린 시절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했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나누어야 할 법관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다”

조국 교수는 “안경환 교수님의 지론이지만, 중산층 계급 이상 출신의 엘리트가 다수를 이루는 법률가들, 시와 소설 등 문학작품 많이 읽고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리고 ‘법의 가식에 대해서는 항상 회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법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결코 냉소적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알비 삭스의 말에 힘을 실어줄 법률가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알비 삭스에 대해 “남아공 인권운동에 앞장서다 보안요원의 폭탄테러로 한 쪽 눈과 한 쪽 팔을 잃었다. 이후 만델라에 의해 헌재재판관으로 임명되었다. 저서로는 <블루 드레스>가 있다”고 소개했다.

◆ 벅찬 감동 받은 누리꾼들 “놀랍다. 가슴으로 판결 하시는 법관도 있는 세상”

조국 교수가 박철 부장판사의 판결을 소개하자,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눈물 나는 판결이네요”, “판결문이 이렇기도 하네요. 놀랍군요”, “이런 판사님이 계시다니 감동입니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분의 명판결”, 특히 “표현하기 힘든 감동입니다. 법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시네요. 바닷물이 썩지 않게 하는 3%소금 같은 분입니다”와 “이런 대통령을 원합니다”라고 찬사를 보낸 글도 눈길을 끌었다.

또 “완전 멋지다. 이런 분이 법조계에 계시다니 정말 놀랍고 환상적이다”, “멋진 판결, 행복한 판사”, “가슴으로 판결을 하시는 법관도 있는 세상입니다. 숨어있는 보배를 찾은 기쁨이란 게....이런 기분이네요”라고 감동을 전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박철 판사‘님’, 진정 인간의 얼굴을 한 아름다운 판결문이네요. 조국 선생님, 이런 판결 좀 많이 찾아주세요. 후대의 판사들에게 귀감이 되도록. 공유합니다.^^”라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더 소개하면 “법의 정의와 존재 의미를 잘 헤아린 판결”, “사람 냄새 나는 판사도 있긴 있군요”, “아주 감동적입니다. ‘시적 정의’에 눈 뜬 법률가가 많았으면 좋겠다”,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등 벅찬 감동을 받았다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 박철 변호사 주요 약력

박철 변호사는 대구대건고를 나와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던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4년 사법연수원 14기 수료했다. 서울대 법과대학원을 마친 뒤 1988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복을 입었다. 각급 법원장이나 대법관을 보면 법관 초임지가 대부분 서울민사지방법원이다.

이후 서울형사지법 판사, 대구지법 판사, 서울가정법원 판사, 대구지법 부장판사, 서울지법 북부지원 부장판사를 맡았고, 1998년과 2001년 2번에 걸쳐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맡기도 했다.

대전고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수석교수, 2007년 서울고법에서 재직할 당시에는 상사전담 부장판사였고, 이후 법복을 벗었다. 현재는 법무법인 바른 구성원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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