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대전지방법원에 근무하는 6급 공무원 A씨는 지난 1일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 토론광장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양에서 발생한 사고는 구조가 어렵고 미비할 수 있는데, 모든 잘못을 정부에 뒤집어 씌워 좌파 정부를 세우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 이제 유가족들의 피맺힌 한은 스스로 알아서 풀라고 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세월호 희생자 대전시민 추모위원회가 지난 16일 대전지방법원을 찾아 항의했다. 당시 기자회견 후 조인호 대전지법원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면담을 요구했으나 청원경찰 등이 가로 막았고, 면담은 거부당했다. 이들은 법원 현관 앞에서 국화와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일에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대전지법 앞에서 ‘세월호 유족 모독 망발 직원 비호, 대전지방법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조인호 법원장의 공식사과와 법원공무원 A씨에 대한 중징계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날도 면담은 거부당했다.
대전지방법원 정문은 철문으로 가로 막혔고, 정문 앞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시민추모위원회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법원본부윤효권수석부본부장이21일페이스북에공개한편지일부
이미지 확대보기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윤효권 수석부본부장은 21일 페이스북에 “전국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세월호 희생자 추모위원회 면담을 거부한 대전법원장에게 하루 속히 시민과의 소통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개적으로 편지를 게시했다”며 내부통신망에 올린 편지를 공개했다.
법원본부는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이라고 보면 된다. 윤효권 수석부본부장은 법원본부 충청지역본부장이기도 하다.
윤효권 수석부본부장은 “요즘 대전법원 앞에서는 세월호 관련 시민단체들의 1인 침묵시위가 진행되고 있다”며 “침묵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법원 정문을 폐쇄하고, 경찰 1개 중대가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 수석부본부장은 “이렇듯 법원은 시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며 귀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수석부본부장은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라’는 법원노조의 요구가 면담 거부 사유가 될 만큼 불합리한 지를 따지기 전에, 성명서가 게시되기 전인 지난 금요일(5월 16일)에는 왜 면담을 거부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궁색한 논리에 과연 누가 동의할까요?”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닫힌 철문의 무게만큼, 우리의 마음도 무겁다”며 “세월호 관련 시민단체들을 만나십시오. 그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시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윤 수석부본부장은 “그럼으로써, 상처받은 마음들을 위로해 주고 아픈 곳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법원장님으로 남아 주십시오. 불통이 아닌, 소통의 사법부를 소망하며 이 글을 드립니다”라고 거듭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