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단체가 제보받은 ‘직장내 괴롭힘’ 사례 중 하나인 이 이야기는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직장내 괴롭힘이 만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보된 사안들을 살펴보면 업무를 벗어난 내용, 즉 사생활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하거나 먹다 남은 음식을 억지로 먹이고, 주말과 휴일 가릴 것 없이 전화, 메신저 등으로 연락을 취하는 등 다양한 직장내 괴롭힘이 존재한다.
근로기준법은 직장에서의 지위,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정도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내괴롭힘으로 정의했다. 폭언, 폭행뿐만 아니라 감시, 따돌림, 험담, 부당한 업무지시, 부당한 인사명령 등이 직장내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으며 만일 이러한 사실을 피해자가 신고한다면 사용자는 조사를 시행해야 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선 안 된다.
일각에서는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에 처벌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이는 가해자에 대한 내용일 뿐이다. 법무법인 YK 노사공감 이민우 노동변호사는 “직장내괴롭힘을 인지하고 이 사실을 회사 측에 알린 피해 근로자에게 부당한 인사이동 등 보복행위를 한다면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해자의 형사적 책임이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괴롭힘 행위가 형법상 폭행이나 모욕죄, 협박죄, 명예훼손죄 등에 해당할 경우 각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이민우 노동변호사는 “직장내괴롭힘은 대부분 언어폭력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최근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언어폭력에 대해서도 상해죄를 인정하는 판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상사의 ‘갑질’을 매우 심각한 범죄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의 취지는 그 동안 어떠한 행위가 직장내괴롭힘인지 알지 못하던 근로자들에게 직장내괴롭힘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사업장이 자체적으로 이러한 행위를 근절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법에서는 사용자에게 사업장 내에서 직장내괴롭힘 신고절차나 사건 발생시 처리 절차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직장내괴롭힘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인 시행규칙이나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구체적인 사건 발생시 직장내괴롭힘으로 볼 수 있을지 없을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많은 현장 실무자들의 입장이다. 이에 이민우 노동변호사는 “사건이 발생한 후에 어떠한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해당 사업장과 사용자의 법적 책임이 달라지게 된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노동법과 관련 판례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보유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절차를 마련해보기 바란다”고 전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