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해고를 한 경우, 근로자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낼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며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고자 한다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청구를 할 수 있고, 중노위의 결정에 불복하고자 한다면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판정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판례는 이러한 절차를 밟던 중에 다른 사유로 인하여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면 ‘구제절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며 근로자의 청구를 기각하곤 했다. 이미 원직복직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어진 상황에서 굳이 절차를 이어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해고기간 중에 받지 못한 임금은 임금청구소송 등 민사소송 절차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러한 기존의 판례를 뒤집는 결론을 내렸다.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는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의 원상회복을 목표로 하고 이는 근로자 지위의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즉, 원직 복직과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우월한 구제방법이라 할 수 없고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 이행강제금, 형사처벌 등 간접적인 강제력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서 소의 이익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YK 노사공감센터 최고다 노동전문변호사는 “앞으로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에 많은 영향을 미칠 판결”이라며 “지금까지는 부당해고 피해를 당하고서도 정년이 도래하거나 기간제 근로자로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끝까지 해고의 부당함을 다툴 수 있게 되어 더욱 많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판결을 통해 부당해고 여부를 다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뿐 실제 부당해고 여부는 근로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고다 노동전문변호사는 “해고의 절차나 사유 등이 왜 부당한지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구제를 받기 어렵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법적 공방이 이어져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 또 모든 근로자가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아야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