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기업규모별 임금체불’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해 3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발생한 임금체불액이 1조2580억에 달하며 전체 임금체불액(1조7210억원)의 약73%를 차지했다. 지난 해 임금체불로 곤란을 겪은 중소기업 근로자 수만 해도 27만7천명에 달하며 임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한 사업장은 모두 12만5천여 곳에 이른다.
이는 비단 작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임금체불 문제는 전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그 규모가 방대하며 매년 체불임금액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세계 및 국내 경제가 모두 얼어붙어 경영이 악화된 기업이 많기 때문에 임금체불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중소기업 임금체불액만 하더라도 7200억원을 넘긴 상황이다.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근로자들은 대개 노동청에 진정을 넣게 된다. 임금체불 사실이 확인되면 근로감독관이 체불임금을 확정한 후 사업주에게 시정지시를 한다. 만일 사업주가 이러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근로감독관이 인지하여 형사 입건을 통해 형사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근로자가 직접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임금체불이라 하면 정해진 급여일에 지급해야 하는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임금뿐만 아니라 퇴직금 등 법적으로 지급 의무가 정해진 급여를 제대로 주지 않을 때에도 임금체불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정 최저 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하거나 각종 수당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을 때에도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한다.
체불 사실이 확인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과거에는 체불임금의 액수가 크지 않으면 약식기소를 통해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임금체불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형사처벌의 수위가 점차 올라가고 있으며 지난 2016년에는 근로기준법위반범죄 양형기준이 신설, 도입되어 시행 중이다.
이에 따르면 체불임금 액수가 5천만원 미만일 때에도 징역 4~8월을 선고할 수 있으며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일 때에는 징역 6월~1년을, 1억원 이상이라면 징역 8월~1년6개월 정도의 형을 선고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임금체불 사건이 근로자 1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전체 근로자에 대해 발생하기 때문에 그 피해액을 모두 합치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간혹 회사 사정이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임금체불에 대한 면책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 법과 법원은 경기 불황이나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러한 변명은 사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설령 다른 채무를 갚기 위해 임금체불을 했다 하더라도 하더라도 근로자의 최종 3개월분에 해당하는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은 우선적으로 변제 되어야 하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대법원은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급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임금체불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보아 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존폐 위기에 놓여 있고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처벌을 면할 수도 있다. 또한 임금체불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체불 임금을 지급하거나 지급액 및 지급방법을 협의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합의는 1심 판결 선고 전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법조인의 조력을 구해 임금체불액을 다투는 것은 물론, 필요한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도움말=법무법인YK 노사공감 이민우 노동전문변호사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