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근로기준법을 통해 직장내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건은 어느 분야에서나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해 7월 관련 법이 시행된 후 올해 9월 30일까지 고용부에 접수된 진정 사건만 해도 5658건에 달할 정도다. 직장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피해자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A씨는 지난 해 4~5월에 당시 함께 근무하던 직장동료 B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A씨보다 10살이나 어린 B씨는 국그릇을 집어 A씨의 머리에 붓고 멱살을 잡고 쓰러트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과 있는 자리에서도 A씨를 상대로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며 여러 차례 폭언을 했으며 이러한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에 B씨는 상해, 폭행, 모욕 혐의로 기소되었고 재판부는 초범이지만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점 등을 고려해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게 된 상황에서도 직장내괴롭힘은 그치지 않았다.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업무시간이 지났는데도 수시로 업무 지시라는 명목 하에 연락을 취하며 괴롭히거나 SNS 등을 통해 성희롱 등 괴롭힘을 이어가는 가해자가 많은 것이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직장인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재택근무 경험자 중 41.8%가 온라인 직장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한 바 있다.
법무법인YK 노사공감 김혜림 노동전문변호사는 “직장내 괴롭힘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상해, 폭행, 모욕, 명예훼손,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으로 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도 높은 직장내 괴롭힘이 이어진다면 증거를 수집해 직접 법적 책임을 묻고 처벌을 받도록 할 수 있다. 무조건 버티거나 피하지 말고 노동전문변호사와 상담해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혜림 노동전문변호사는 “갑질 피해를 직장에 알렸다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모든 비난이 피해자에게 집중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근로기준법에는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은 없지만 사용자가 피해자를 위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을 때에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이 들어 있다. 따라서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면 관련 법 조항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