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에 따르면 2019~2020년에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액은 총 1조3398억원에 달한다. 2020년 단독 피해액이 약 7천억원 규모에 달하는데 이는 5년 전인 2016년과 비교했을 때 무려 다섯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하루에 신고되는 사례만 해도 평균 87건, 피해액은 19억원 규모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부분 범행을 다단계로 세분화하여 각 단계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을 고용해 업무를 부담시킨다. 핵심 수뇌부는 수사망을 피해 해외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경우가 많고 국내에서 직접 피해자를 만나고 돈을 인출해 오는 행위는 ‘단순 알바’, ‘고액 알바’ 등의 명목으로 사람을 뽑아 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구인 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한 이들은 뒤늦게 ‘범죄를 알지 못했다’며 자신의 무죄를 호소하곤 한다.
그러나 재판에서 이러한 호소가 통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대부분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당사자의 주장보다는 당시의 여러 정황을 비추어 통상의 상식을 가진 일반인을 기준으로 범죄와의 연루 사실을 조금이라도 예측할 수 있었다는 내심의 인식이 있다면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사기의 성립을 인정하여 죄책에 따른 처벌을 내리곤 한다.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그 액수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처벌이 무거워질 수도 있다. 다만 보이스피싱은 일반적인 사기와 달리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상당히 큰 편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까지 모두 고려하여 직급이나 가담 기간 등에 따라 형량을 결정한다.
즉, 똑같이 단순 가담이고 피해 규모가 비슷하다 하더라도 최초 1~2회만 범행을 도운 경우와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조력을 제공한 경우를 동일하게 보지 않는 것이다.
유앤파트너스 신승희 부장검사출신 변호사는 “고액의 대가를 노리고 일부러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사법 당국이 더욱 엄중한 처벌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업무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대가를 약속하거나 현금 인출, 전달 등 이상한 지시를 내린다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전화상담이나 인출, 전달 등 간단한 심부름만 하더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는 문제이므로 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사건은 경찰조사 단계에서 어떠한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갈릴 수 있으므로 변호사와 동행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가담하게 된 경위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등 여러 요소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