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사진제공=법도종합법률사무소)
이미지 확대보기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새로운 가게주인을 찾았는데도 건물주가 임대차계약을 해주지 않아 마음 고생하는 상가주인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럴 때 건물주의 주장을 법률이라고 착각했다가는 권리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18일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건물주가 자신이 영업한다는 이유로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사람과의 임대차계약을 거절하는 것은 자신의 주장이지 법률은 아니다”며 “신규계약을 거절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는 법이 말하는 정당한 이유가 아니다”고 조언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 제10조의4는 권리금을 보호하고 있다. 가게주인이 권리금을 반환 받으려 할 때 건물주가 이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4가지를 규정했다.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1.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 2.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3.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4.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이다.
문제는 4번째인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이다. 주목해야 하는 곳은 ‘정당한 사유 없이’이다. 이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거절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자신이 직접 장사하기 위해 계약을 거절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 했다가 패소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2018다252441). 법원은 “원고가 자신이 이 사건 상가에서 직접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할 계획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가 주선한 소외 2와의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고 판시했다. 건물주 때문에 권리금을 못 받게 되었으므로 건물주는 권리금상당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다.
건물주가 자신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신규계약을 거절하는 것은 법(상임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이 말한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 법이 말하는 정당한 사유란 어떤 것일까.
엄 변호사는 “상임법 제10조의 4 제2항에 이한 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며 “권리금을 내고 들어올 사람이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 ▲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에는 건물주가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1950년대부터 권리금 분쟁관련 대법원 판례는 총 236건이며 이 중 법이 개정된 2015년 5월 이후 나온 판례는 51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총 70년 기간 중 5년간 나온 판례가 5분의 1에 달하는 셈이다. 권리금 분쟁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권리금소송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법이 바뀐 이후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기 위한 법률상담은 총 379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엄정숙 변호사는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을 때 알아야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며 “상가임대차보호법과 권리금 관련 판례들을 많이 알아두면 법이 규정하지 못한 현실의 많은 상황들까지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귀띔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