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제공=법도종합법률사무소)
이미지 확대보기돈이 없는 집주인들은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출조건으로 전입신고부터 빼주는 것을 요구한다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입신고부터 빼줬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9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원칙적으로는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은 후 이사할 곳에 전입신고를 하는 게 맞다”며 “만약 세입자가 현재 거주하는 곳의 전입신고를 뺀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후 순위로 밀리게 되어 집주인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세입자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입신고를 옮기는 행동은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전입신고는 세입자의 우선변제권과 대항력을 유지 시켜주는 법적 효력을 의미한다. 즉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 거주 중인 사실을 증명하는 근거라는 뜻. 우선변제권과 대항력은 집주인의 재산상황이 악화되어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중요하게 사용된다.
엄 변호사는 “세입자가 전입신고부터 뺀 후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정상적으로 전세금을 돌려준다면 문제가 없다”면서도 “만일 집주인의 채무에 문제가 있어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면 법적으로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을 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은행대출로 마련해 세입자에게 돌려줄 때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출이란 원칙적으로는 신청자 계좌로 돈이 입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은행대출은 신청한 집주인의 계좌로 대출금이 송금된다는 것이다.
엄 변호사는 “집주인에게 다른 빚이 없더라도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빼는 순간 대출을 해준 은행이 1순위 채권자가 된다”며 “은행 측에서는 자신의 채무 보호를 자신보다 선 순위 변제자인 세입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세입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만약 집주인이 은행대출로 전세금을 돌려주는 대신 전입신고부터 빼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까?
엄 변호사는 “우선 세입자는 전입신고를 빼기 전 해당 은행에 대출금이 어느 계좌로 송금되는지 알아봐야 한다”며 “만약 세입자의 계좌로 대출금 송금이 가능하다면 은행장 승인이나 은행의 보증을 거친 근거자료를 확보해 대출금이 세입자의 계좌로 입금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에게 이 같은 기능을 하는 전세보증금반환 대출 상품을 이용하도록 설득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집주인이 은행대출을 위해 세입자에게 전입신고부터 빼달라는 요구는 꼭 들어줄 필요는 없다.
엄 변호사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줄 돈이 없어 대출을 받는 건 그저 집주인의 사정일 뿐이고 세입자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전세금반환을 할 수 없다는 집주인의 주장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주겠다는 집주인의 말에 세입자는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입자가 자신의 요구 들어주지 않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하는 집주인이 있다면 법 절차에 따르면 된다.
엄정숙 변호사는 “세입의 의무사항도 아니고 심지어 위험까지 따르는 요구를 들어줬다간 사고 발생 시 피해를 보는 건 온전히 세입자가 될 수 있다”며 “해당 사유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해 전세금돌려받기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전세금반환소송이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을 상대로 세입자가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전세금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전세금반환소송센터의 ‘2022 전세금통계’에 따르면 평균 소송기간은 4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