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변호사.(사진제공=법도종합법률사무소)
이미지 확대보기계약 기간 중 건물주가 사망하면 세입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상속인이 있고 상속을 받기로 했다면 임대차 계약은 계속 유지되겠지만, 건물주와 생전에 제소전화해까지 맺었다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건물주와 세입자가 제소전화해를 맺은 상태에서 건물주가 사망하면 당사자 특정이 달라져 화해조서가 무효라고 생각하는 세입자들이 있다. 하지만 건물주가 사망하더라도 상속인이 건물주의 지위를 승계받기 때문에 제소전화해 효력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민법 1005조에는 ‘상속인은 상속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대한 포괄적 권리 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계약 기간 중 건물주가 사망하면 상속인이 임대차 계약상 건물주의 지위를 이어받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입자는 상속인에게 매달 임대료를 낼 의무가 있으며 임대차 해지 사유가 발생하면 상속인이 세입자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도 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만약 세입자가 임대료를 연체해 상속인이 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를 했음에도 세입자가 버틴다면 제소전화해 조서로 강제집행 신청까지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집행을 바로 신청할 수는 없고 상속인이 법원에 승계집행문 부여를 통해 강제집행을 신청할 권한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건물주의 권한 승계는 건물 매매 시 건물주가 바뀌었을 때도 진행되는 절차다. 다만 상속으로 인한 포괄적 권리승계와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엄 변호사는 “매매 승계의 경우 전 건물주가 생존해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과 세입자가 이의 신청을 통해 권한 승계의 일정 부분을 거부할 수 있다”며 “반면 상속으로 인한 포괄적 권리승계는 ▲세입자가 권리승계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점 ▲제소전화해 재신청이 필요 없다는 점 ▲채권 양도, 양수 계약 없이도 상속을 받기 전부터 문제의 세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조언했다.
즉 건물주가 바뀜에 따라 세입자에게 불리함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 세입자가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상속인에게 포괄적 승계가 되면 거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새 건물주는 이전 건물주 때부터 잘못을 저지른 세입자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채권 양도, 양수 계약이 필요하지만 새 건물주가 된 상속인에게는 그 과정이 필요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